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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민둥/일상다반사

멍청한 여행 이야기

민둥 2012. 8. 5. 21:16
멍청한 여름휴가 이야기ㅠㅠㅠㅠ 

내 인생에서 아마 제일 멍청한 여행 이야기ㅠ 너무 부끄러워서 무덤까지 비밀로 가져갈까 하다가 이번 경험을 절대 잊지말자는 생각에 기록으로 남긴다ㅠㅠ

꿀맛같던 휴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날~ 파타야에서 공항가는 버스를 타고  방콕공항에 도착. 조금 일찍 도착해서 아침도 든든하게 먹고 일찌감치 면세점 쇼핑이나 할 생각에 보딩을 하려고 했다. 

직원에게 여권을 주고 기다리는데 직원이 뭔가 이상하다면서 e티켓을 달라고 하는거다. 그래서 티켓도 줬지. 근데 직원이 하는말... 
이 티켓은 어제 비행기인데?? 읭?? What?? 그럴리가?? 응????? 어제???????????? 헐?????

진짜였다ㅠㅠㅠㅠㅠ 오늘은 8월5일인데 내 티켓의 귀국날짜는 어제 8월4일인거........ 헐...... 헐........????
나 처음부터 지금껏 8월5일 귀국인줄 알았던거다. 거기에 맞춰서 일정짜고 그래서 어제까지 숙소에서 푹쉬다가 나왔는데 헐?? 
어제 귀국했어야 하는거네? 나 지금껏 일요일 밤 귀국이라 생각하면서 다음날 출근하기 힘들겠네 생각하고 있었는데 헐????

우아 진짜 아무말이 안나왔다. 이게 지금 꿈인가?? 
나한테 이런일이 생길수가 헐? 정말 진짜 꿈 아님???ㅠㅠㅠㅠㅠㅠ
설상가상으로 여행사는 일요일이라 업무를 안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ㅠㅠㅠㅠㅠㅠ 
진짜 이렇게 멍청할수가 이럴수가 이럴수가 크아아아아ㅠㅠㅠㅠ

내가 예약했던 항공사는 중화항공인데 원래는 방콕-대만, 대만-한국 으로 경유해서가는 일정이었다. 
그쪽에서 얘기하길 방콕-대만 항공편은 남는 좌석이있으면 공짜로 줄수 있는데  대만-한국 항공편은 하필 오늘은 일정이 없다고....  

내일은 아마 가능할거라고 했다. 이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가지. 

1) 일단 대만 까지 가서 대만에서 하루밤을 자거나 바로 표를 구해서 귀국하는 방법: 대만-한국 비행기값을 내야한다. 
2) 오늘을 방콕에서 하루를 보내고 내일 방콕-대만, 대만-한국 표를 구할순 있지만 남는 자리가 있을지 확실하지 않음: 돈은 숙박비만 들겠지만 확실치 않아서 불안함. 
3) 여기서 아예 다른 비행기표를 사서 한국으로 가는 방법: 제일 확실한 방법이지만 제일 돈이 많이 든다ㅠㅠ

일단 대만까지는 자리를 구해줄수있다니 아무래도 좀 더 가까운 대만에가서 어떻게든 결정하기로 했다. 그것마져도 11시 15분 비행기인데 10시 15분까지 기다려서 남는자리를 받아야하는 피말리는 상황ㅠㅠ 다행히도 자리가 있단다ㅠㅠ 

원래 원칙상으론 한국으로 돌아가는 표가 없는 경우에 자리를 줄 수 없는데 (무책임하게 우리가 표없이 공항에서 계속 머무르게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나보다) 그래서 내가 충분한 돈이 있는지 카드가 있는지 검사를 받아야했다. 게다가 내가 대만가서 숙소를 구하거나 표를 사서 알아서 잘 돌아가겠다는 서약서도 써야했음ㅠㅠㅠㅠ

팔에 중화항공 스티커를 붙이고 게이트로 달려서  어째어째 대만으로 가는 비행기 탑승! 근데 어라... 자리를 보니... 퍼스트클래스..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럴때 이런식으로 퍼스트 클래스를 타볼줄이야 으헝헝헝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의 속은 타들어 가는데 그 와중에 퍼스트 클래스는 짱 좋아ㅋㅋㅋ 미치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 중화항공 사랑해요ㅠㅠㅠㅠ

엄마는 신났다 이 엄청나게 급박한 상황에서도ㅋㅋㅋㅋ 어이없지만 이렇게 웃을 수도 있구나 싶더라ㅋㅋ 엄마는 퍼스트 클래스가 너무 맘에 들어서 그냥 대만가서 한국행 비행기표를 사게 되더라도 덜 아까울것 같다고 했음ㅋㅋㅋㅋ 웃프다ㅠㅠㅠㅠ

 

피말리는 퍼스트클래스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대만! 이제부터가 문제다. 대만에 도착하니까 4시가 좀 넘은시간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항공사 직원이 우리한테 붙었다 우린 무려 특별 관리대상이 된거ㅠㅠ 내일 아침 7시 45분 비행기를 추가요금 없이 이용할수 있다고 컨펌까지 마쳤다고 알려주더라 으엉 감동ㅠ

내일 아침 비행기는 일단 마지노선으로 예약완료 됐으니 혹시나해서 다시 출국하는곳으로 갔다. 혹시 오늘 저녁에 출발하는게 있으면 구할수 있나해서... 알아보니 케세이퍼시픽에서 5시 10분에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가 바로 있었다. 

1박숙박+이동비+저녁값+내일출근포기  vs. 한국으로가는비행기값
엄청난 고민의 순간인데 고민할 시간도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ㅠㅠㅠㅠ 
지금 4시 반이 넘었는데 5시 10분 비행기는 45분부터 보딩시작ㅠㅠㅠㅠㅠ

아빠한테 전화하니 아빠는 돈이 문제냐 시간이 문제냐 우리딸 왜이렇게 멍청하니 으헝헝 아빠 한국가서 혼날께요 엉엉ㅠㅠ 남자친구는 마냥 걱정걱정 엄마는 니가 알아서 해 엄마는 뭐든 괜찮음ㅎㅎ

그래 그냥 가자! 
어차피 여기서 1박 묵어도 잠도 못자고 소화도 안될것 같은 상황이라 그냥 질렀다. 나의 멍청함이 수십만원이 되어 허공으로 뿌려지는 순간이었다ㅠㅠ 카드 통지가 문자로 오는 순간. 출국하던날 면세점에서 봤던 엄마가 엄청 맘에 들어하던 멀버리 가방이 스쳐 지나갔다ㅠㅠㅠㅠ 엄마 내가 돈 많이 벌어서 그 가방 꼭 사줄께염ㅠ

돈만 있으면 뭐든 다 되는걸 느꼈다. 보딩타임이 지났는데 티켓 결제가 가능했고 우리한테는 사람도 붙어서 가는길을 쭉 따라오면서 안내ㅠ 이번에는 팔에 케세이퍼시픽 스티커를 붙이고 또 달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한국가는 비행기 안이다. 이제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겼다 싶다가도 카드문자를 보면 다시 숨이 턱 막히는구나ㅠ 그나마 엄마가 옆에서 비싼돈 주고 덜렁대는 버릇 제대로 고친다고 재밌다고 계속 웃어줘서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은게 다행... 그래 어차피 내돈이니까ㅠㅠㅠㅠ

지금 내 카드에는 아까 그 스티커를 딱 붙여놨음ㅠㅠㅠㅠ 돈이 없기도 하고 염치가 없기도 하고 이번 여름 남은 일정을 전부 포기해야한다. 친구들이랑 가기로 했던 워터파크도 포기. 남친이랑 가기로 했던 W호텔 숙박권도 인터넷에 올려 팔아야겠음. 엄마는 자꾸 이거 사연 라디오에 올려서 선물 받아야한다고 그러고ㅠㅠㅠㅠㅠㅠ

다른사람들은 물론 나처럼 멍청하진 않게지만 이런 실수는 나의 경험으로 대리만족(?) 하시고 이런일이 없길ㅠㅠ 나도 다시는 절대 다시는 일정 제대로 확인해야지 미치지않고서야 어떻게 이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적어도 1년은 늙은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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