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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민둥/일상다반사

겨울 캠핑

민둥 2017. 6. 2. 11:18

바쁘디바쁜 한주를 보내고 드디어 숨좀 돌리는 금요일.

페이퍼준비랑 미팅이랑 이번주 몸 컨디션이 안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며칠째 열일했음
비록 데모 페이퍼이긴 하지만 오빠랑 나랑 같이 이름이 올라간 페이퍼를 제출했더니 왠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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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way, 지난 주말에는 처음으로 2박3일 캠핑을 다녀왔음.



호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activity가 아마도 캠핑 아닐까 싶은데
2년 계약 연장 기념으로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해보기로 결정!
아.. 아니지.. 당장 합류라기 보다는ㅋㅋ 일단 우리도 캠핑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준비물은 일단 텐트랑 침낭 매트 의자 등등 기본 캠핑장비들.
그리고 아무래도 처음하는 캠핑인지라 경험있는 친구들도 필수로 필요함ㅋㅋ

 

내가 마지막으로 텐트에서 잤던 경험은 아마도 초등학교때 였을텐데
그것도 사실 수련장(아마도 폐교 같은곳) 운동장에서 옹기종기 텐트를 쳤었고
화장실+샤워실도 수련장 안에 있었으며 모든 활동은 강당에서 했었으니까 캠핑이라고 부르긴 뭣하네ㅋㅋㅋㅋ

여튼 내 기억속 몇안되는 나름의 캠핑은 전부 전기가 들어오고 물이 나오는곳이 있으며
먹을것이 떨어지면 조금 운전해가서 사올수도 있었던 그런곳이었다.
심지어 그와중에 나는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침대, 따뜻한물, 매일하는 샤워가 필요한 도시인이라
성인이 되어서는 한번도 자의로 캠핑을 떠날 생각을 해본적이 없음.

그래서 이번 캠핑에 앞서 기대보단 걱정이 더 많이 되긴 했다.

완전 말그대로 야생의 자연에 수도꼭지 하나도 없고 핸드폰은 당연히 안터지고 밤이되면 주변에 별빛밖에 보이지 않으며
야외에서 텐트치고 자는것도, 좁은 텐트속 불편한 침낭속에서 자는것도 2박3일동안 제대로 못씻는것도
죄다 처음 해보는 경험인데 과연 내가 견딜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t so bad.

첫날밤은 텐트를 제대로 끝까지 닫지도 않고 자버린 우리의 어설픔과
불편한 침낭에 적응하지 못해서 뒤척이며 오들오들떨다가 거의 잠을 못잤고
그 피곤한 몸을 이끌고 둘째날은 하이킹 11km.
참고로 난 등산을 엄청 싫어하는데 마지막에 꾸역꾸역 엄청난 경사의 계단을 올랐고
마블 동굴속에서 미끄러지며 바지를 다 적시고 남편 폰을 깨먹은건 플러스ㅋㅋㅋ

하이킹에서 돌아와서는 도저히 찝찝한 머리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계곡에서 머리를 한번 헹궜다.
계곡물은 얼음같이 차갑고 찝찝함은 여전히 완벽히 해소는 안되었지만 그럭저럭 살만해지긴 했음
힘들었던거 적다보니 다시 생각나네ㅋㅋ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ㅋ 

 

하지만 힘든 와중에도 신기하게 이 하나하나 경험이 엄청 즐거웠다.
물이 차가우면 다같이 소리지르고 웃고 떠들고 미끄러져서 넘어져도 그게 웃기고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건 음식과 술과 음악과 별?
일단 매 끼니가 너무 맛있었음. 밖에 나와서 그런건지 요리를 잘한건지 모르겠지만 매번 음식들이 완전 꿀맛이었고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면 모닥불 앞에 앉아서 몇시간씩 아무생각없이 불을 쬐며
술을 마시며 서로 아무얘기나 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하늘을 올려다 보면 정말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캔버라에서도 제법 별이 잘 보여서 그정도려니 싶었는데
완전 빛 하나 없는 산중에 들어오니까 이건 또 다른 레벨의 밤하늘인듯.
뭔가 세상과 단절되어 아무 생각도 걱정도 없이 완전히 자연속에 있는 느낌

그리고 하이킹이 힘들어서인지 어느정도 침낭에 적응해서인지 둘째날밤은 완전 꿀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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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캠핑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폭 들어간 다음 구스다운을 덮으니 여기가 천국이었음ㅋ 우리집 최고!!!

여전히 나는 기술이 좋은 도시의 여자임은 변함이 없지만ㅋㅋㅋ
그래도 이젠 캠핑도 가볼만하다고 생각하는 도시의 여자가 되었다는데에 이번 여행의 의의를 둔다.
단 2박을 넘으면 안됨. 더 추워지면 못감.

그럼 다음 캠핑은 봄이 오길 기다렸다가 해변으로 가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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