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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민둥/미세스민둥

한치앞도알수가없다

민둥 2021. 2. 15. 12:44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 코로나로 한국에서 꼼짝달싹 못했던 1년을 보내고
그나마 마지막으로 기대했었던 스키장 시즌권까지 환불을 받고 나서 이시국에 대해 투덜대며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오빠랑 와인 한잔하며 장난스레 그려보는 중이었다.

특히나 결혼 6년이 다되어가도록 미뤄뒀던 우리인생에 애기가 있을까 라는 얘기도 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 박사 졸업하려면 2년, 최대한 빨리 취업한다고 해도 1년은 일을 해야지
그러고 나면 최소 4년쯤은 있어야 되겠구나 그럼 나 마흔에 가까워서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만약 다른 방안이 하나 있다면! 지금 당장 갑자기 뿅 애기가 생기는거고 박사 3년 마무리 시점에 딱 맞춰 출산하고
6개월쯤 쉬고 복귀하면 될수도 있겠다ㅋㅋㅋㅋ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면서 낄낄했었는데....

인생 정말 한치 앞도 알수가 없다ㅎㅎ
설마 이게 되겠어 하며 생리가 제법 늦어짐에도 설마설마 거리다가 확인 전날까지도 별 생각없이 술마셨는데...
이유없이 속이 엄청 미슥거리던날도 전날 곱창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거니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인생에 별 계획이 없던 두 인간들은 현재 갑자기 부모가 될 준비를 하고있는중.

특히나 나는 지금 9주차.. 지옥같은 입덧의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ㅠ
평소에 운동도 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왔기에 설마 남들만큼 힘들겠어 했는데.. 그건 별 상관은 없는듯?
5주차에는 두통만 엄청 심했는데 6주 넘어가고부터는 거의 사람의 삶이 아니다.
속이 비면 울렁거려서 이게 먹덧인가 했는데 먹고싶은게 하나도 없을 뿐더러 뭘 먹어도 체한듯 소화가 안되고
온갖 냄새는 너무나 강해서 끊임없이 헛구역질이나고 심하면 토하고 해서 살도 빠지는중.
무엇보다 병든닭마냥 하루종일 졸려서 몇주째 거의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ㅠㅠㅠ

다른사람들은 엄마가 되기위해서 이런 고통쯤은 씩씩하게 이겨내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간절함이 없어서 그런가 철이없어서 그런가 나는 미안하지만 내가 힘든게 너무 크게 느껴지고
며칠 전에는 너무 힘들고 이 모든게 다 짜증이 나서 오빠를 앞에두고 펑펑 울었다.
갑자기 변한 몸도 버티기가 너무 힘든데 이제 일도 하나도 집중이 안되니
이제 내 커리어는 어디로 가며 우리의 삶은 또 얼마나 변할거며 무서운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나마 한가닥 희망은 남푠이 너무 예쁘고 이남자 닮은 애기가 있으면 사랑스럽긴 하겠다 정도의 마음

그와중에 부모님들은 정말 너무너무 좋아하셔서 뭐랄까 좀 죄송스러울 정도이다.
워낙 오랫동안 우리가 아기생각이 없었으니 부모님들도 내색은 안하시고 너희들 삶이고 결정이니 하셨는데
당신들 인생에 손주는 아마 없지 않을까 그동안 거의 기대를 내려놓고 포기하신 모양인듯.
막상 소식 알려드리니 이렇게나 기뻐하시는데 그동안 말도 못하시고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싶네ㅎㅎ
뭐 부모님 뿐만 아니라 내동생도 주변의 친구들도 모두 그런 반응이라 웃기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이제 병원에서는 12주가 되면 오라는데 생각보다 병원 갈일도 별로 없고 가서 하는것도 많지는 않다.
초음파 두번 봤는데 이렇게 콩만한 존재가 나를 변화시킨다는게 그냥 너무 신기하고 웃겼음ㅎ
아슬아슬하게 만으로 34살이라 아직은 노산도 아니고 선생님말로는 이정도는 입덧약을 먹을정도도 아니고
그저 난 언제끝날지 모를 입덧을 잘 버텨내고 별일없이 콩이가 잘 크길 바라는것 밖에 없다.
콩아 앞으로 남은 31주동안 마음의 준비도 하고 좀 더 확신을 가진 엄마가 될수 있길 노력할게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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