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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민둥/미세스민둥

Hello, World!

민둥 2021. 9. 19. 21:45

9월 16일 오후 1시 15분
어제까진 조금 설레고 두근거렸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극도로 차분하고 침착하게 되는구만ㅎ
어제 밤에 잠을 좀 설쳐서 아침먹고 잠시 또 잠들었다가 설거지 좀 하고 화분들 꺼내서 물도 주고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샤워!
병원가기전에 마지막 점심으로 뭘 먹어야 좋을까하다가 또 괜히 안먹던거 먹고 탈나긴 싫어서 간단히 돈까스로 결정. 
커피도 한잔 할 시간이 되니까 그동안 못먹었던 프라프치노라도 한잔 해야하나..

오후 3시 20분
입원수속하고 옷갈아입고 대기실에서 태동검사와 내진진행. 10프로정도 열리긴 했는데 아직 자궁경부가 두껍단다. 
각종 질문에 답하고 사인하고 일단 수액맞으며 대기중이다. 무통이랑 회음부열상주사 맞는다고 하고 제대혈은 ㄴㄴ 
보호자가 탯줄 자를까요? 하시길래 얼떨떨하게 네 그러죠 했는데ㅋㅋㅋ 굳이 그럴필요는 없지만 오빠 심심할까봐ㅋㅋㅋㅋㅋㅋ 
저녁되어서 자궁숙화 질정 넣기 시작하자고 하시는데.. 저녁도 그냥 사식으로 시켜먹으면 된다고ㅋㅋ 
내 예상과는 너무 다른 알수없는 분만실이구만ㅎ

오후 4시 50분
무통주사 카데터 시술. 몰랐는데 나 정말 핵쫄보구나... 그동안 주사바늘 쇼크가 괜히 있던건 아니었구나 싶다ㅋㅋㅋㅋㅋ 
새우자세로 웅크리고 있으면 척추에 미세바늘을 삽입한다는데 마취주사부터 너무 긴장하고 쫄아서 완전 부들부들ㅠㅠ 
끝나고나니 막상 아프진 않은데 긴장이 툭 풀어지면서 눈물이 주륵주륵 나더라ㅋㅋㅋㅋ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지 태동검사를 한번 더 하는데ㅎ
얼마나 긴장했는지 배까지 식은땀이 났다고 간호사 선생님이 놀라심ㅋㅋㅋㅋ 
다 끝나고 보니 엄청나게 미세한 관이 삽입되었는데 너무 쫄보여서 어처구니가 없네ㅋㅋ 출산 진통 오면 어떻게 하지ㅋㅋ

오후 10시
저녁은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시켜먹고ㅋㅋㅋ 운동실에서 오빠랑 슬의생 보고있었는데 또 태동검사 한대서 불려감.
보시더니 그래도 수축이 조금 잡힌다고 질정 타이밍이 10시가 아닌 12시로 늦춰졌다. 
오늘은 그냥 와서 대기만 하는구만ㅠ 그동안 양치나 하고 불편하지만 잠시 눈 좀 붙여야겠다ㅎ

오후 11시 30분
가족분만실로 이동해서 질정넣기전에 또 태동검사. 가족분만실 신기하다ㅎㅎㅎㅎ 
이시간이면 늘 그렇듯 콩이는 태동이 너무 심하고 그래서 그런가 맥박이 계속 180정도로 높게 나오는데
혹시 내가 열이있는건 아닌지 체온측정하고 수액도 속도를 확 높여주고 가셨다.

9월 17일 새벽
12시 되어서 질정넣고 잠시 잠들었는데 새벽 1-2시부터 엄청난 진통이 시작되었다.
친구들이 질정 넣으면 반응오기까지 6-7시간 걸린대서 그런줄 알았는데 나는 아니었음ㅠㅠ
바로 질정을 뺐는데도 심한 수축이 계속되었고 그 이후로 완전 지옥이었다.. 3분마다 수축 수치 100찍음.
그래도 처음에는 엄청 빡센 생리통 같은 느낌이었고 호흡하면서 진통 사이사이에 적당히 웃을 수 있는 수준은 됐었는데
이게 3시간 4시간 6시간을 넘어가니까 호흡이고 뭐고.. 팔다리는 고통에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고 몸은 뒤틀리고..
진통 사이사이에는 거의 정신을 잃었다가 3분마다 또 반복ㅠㅠ 침대랑 옷은 이미 내 식은땀에 눈물에 범벅이고
그냥 이대로 기절하면 수술시켜 주려나 라는 생각을 엄청 했는데ㅋ
사람이 너무 아프면 기절했다가도 깨는듯ㅋㅋㅋㅋㅋㅋ 억만년같은 7시간이었다..

오전 8시 30분
과장님 오시고 보시니 20%정도 진행되었다고 하심. 정말 엄청나게 절망적ㅠㅠㅠㅠㅠㅠ
처음에 무통은 40% 정도 되면 맞는다고 했는데 이렇게 고생하고도 고작 20%라니ㅠㅠㅠ
그런데 다행히 수축이 안정적이고 내가 너무 죽어가서 그런가 관장하고 무통 시작하기로 했다고.. 
관장약을 넣고 최소 5분은 참으세요 하시는데 3분마다 진통이 오니 버틸수가 없더라.
3분쯤 겨우 버텼나 진통과 함께 화장실에서 쓰러지는 줄 알았다ㅠ

그래도 무통이 들어가니 허리가 시원해지는 이상한 느낌과 함께 조금씩 살만해지기 시작하더라.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 무통을 쓰긴 했는데 진행이 느려서 옥시토신도 같이 맞음.
무통주사는 몇번 나눠서 아플때마다 맞는건줄 알았는데 나는 뭔가 지속적으로 일정하게 투입되는 기계를 달아주셨다.
그래도 고생을 너무 해서 그런가 진통자체는 잘 걸렸는지 수축 그래프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중이다ㅋㅋ
무통이 그래도 듣는건지 수축이 올때 아주 안아픈건 아니지만 새벽 보다는 살만하구나... (그래서 사진 찍어놓은듯)
나두 잠시 숨 좀 돌리고 밤새 내 손 꼭잡고 한숨도 못잔 오빠도 아주 잠시 불쌍하게 눈 좀 붙이는 시간이었다.

오전 10시쯤 
갑자기 뭐가 팍 터지며 양수가 주륵 흐르는 느낌이남
다시 또 내진하더나 아주 약간 더 열려서 25%..... 아..... 왜 아직도 25%입니까ㅠㅠㅠ
양수는 한방에 팍 나오는게 아니라 그 이후로도 중간중간 계속 텀을두고 흐르더라.
옥시토신은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점차적으로 단계를 올려 가는거 같았다. 매번 오셔서 안아픈지 물어보시는데
솔직히 아프긴 하지만 새벽에 완전 헬을 겪은지라 무통과 함께하는 이정도 진통은 비교적 천국임. 
조금 아파도 제발 빨리 진행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좀 아파도 버틸 수 있으니 그냥 올려달라고 했다ㅠㅠ

이정도 진통이면 잠도 잠깐잠깐 자고ㅋㅋㅋ 무통이 무통은 아니었지만ㅠ 왜 무통천국이라 하는지 알거 같긴 했다ㅠ
후하 이정도는 견딜수 잇으니 진행이나 빨리 되었으면ㅠ

오후 12시 반
내진.. 30%.... 진행이 너무 느려서 눈물이 난다ㅠㅠㅠ
다행히 자궁 숙화는 거의 끝났고 경부는 이제 30%인데 양막 방금 터뜨렸으니 진행이 좀 빨라질거라구. 그리고 아플꺼라구...
양수도 깨끗하고 아기도 아직 잘 있으니 조금만 더 힘내고 지켜보자고 하셨다. 

오후 3시 
양막이 터진 이후부터 또다시 죽음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내진을 해보니 이제 50-60%라고 하셨다.
이정도 되니까 무통주사도 안듣는듯. 무통 달면 새벽의 그 고통은 이제 없는건줄 알았는데 이미 알던 고통이 또ㅠㅠ
심지어 그 간격이 이젠 3분이 아니라 2분.. 어쩔땐 1분..... 한번 진통은 약 10초에서 15초 정도 오는데
죽음의 시간을 견디고 기절하고나면 고작 2분이 지나있고 미친듯이 시간이 안가더라.
3시 20분에 시계 확인하고 진통이오면 죽을듯한 억겁의 시간이 흘렀는데..
정신 겨우 차리고 다시 시계보면 3시 22분 이런식ㅋㅋㅋㅋ 언제쯤 80%가 될까..
오늘안에 끝이 나긴 할까.. 30번 진통을 하면 고작 1시간이 지나겠구나..
양수가 터진지 좀 됐는데 이러다가 진행이 느려서 결국 수술해야하면 정말 미쳐버리겠다 뭐 이런생각을 했던거 같은데
내가 이제 숨 쉬는것도 힘들어하고 아기 맥박도 진통 주기와 같이 떨어져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간신히 버텼다.

오후 4시 20분쯤
드디어 80%라고 하고부터 분만실이 엄청 분주해졌다. 
갑자기 여러명이 들어오셔서 분만 침대 조립하고 천 씌우고 준비를 하심. 
정신이 하나도 없고 눈앞은 아득한 와중에도 드디어 이 고통이 곧 끝나겠구나 라는 생각에 엄청 기뻤음ㅠㅠ
간호사분들이 어떻게 자세를 잡고 진통이 올때 힘을 주세요 하시며 도와주시다가
확실히 아기 머리가 아래쪽에 걸리는 느낌이 나고 과장님께서 들어오셔서 급 분만 시작.
뭔가 열상방지주사 같은걸 놓고 절개를 진행하는거 같더니 내가 힘주는것과 맞춰 회음부를 벌리는걸 도와주심
어제 콩이한테 엄마는 힘 딱 3번만 준다 빨리 나와라 라고 했는데ㅋㅋㅋ 
난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진통을 너무 오래해서 그런가 산모가 힘이 너무 없는거 같다고
나중엔 간호사분들이 배를 눌러 밀어주셨고 뭔가 쑥 빠지는 느낌과 함께 콩이가 응앙 하고 나옴ㅋㅋㅋㅋ
아기가 나오면 엄청 시원하댔는데 그건 모르겠고 그 후에 뭔가 나오며 물이 뻥 터지는데 그게 정말 시원했다.

9월 17일 오후 4시 47분 콩이 탄생
콩이가 나오면 끝인줄 알았는데 이후로도 정신이 없었다. 
내 태반이 자궁이랑 유착이 심하다고 하시며 밑에서는 그걸 떼어서 끄집어 내느라 정신이 없고
회음부 봉합하고 후처치 하는 와중에 캥거루케어인지 핏덩이를 내 배에다 올려주시는데
솔직히 나는 기절하기 직전이라 처음엔 아기인줄도 몰랐다ㅋㅋㅋ 산모님 아기 안으세요 하셔서 알았음.
뭔가 엄청나게 따끈한것이 내 배 위에 올라와서 버둥버둥대는게 느껴졌는데
당장 엊그제까지 느꼈던 태동이랑 너무나 비슷한 발차기가 느껴져서 그와중에 엄청 웃겼던게 기억난다ㅎ

그와중에 오빠는 우는거 같고 아빠 탯줄 끊으세요 하시는 말도 들리고 눈코입 손가락 발가락 다 확인하는거 같더니
곧 옆에서 착착 아기를 열심히 닦아서 싸매주시더니 나보고 안아보시라고 들려주시는데
엄청 작을줄 알았던 콩이는 제법 크고 묵직했고ㅋㅋㅋㅋㅋ 눈물이 나야할거 같았는데 전혀 안났다.

내품에 들어와서 울지도 않고 눈도 바로 조금 뜨고 끄응끄응 소리만 내고 있는데 제법 귀여워서 멀뚱히 바라만봄
산모님 아기 이름 불러주세요 하는데 그제서야 콩아 안녕ㅋㅋㅋ 이라고 해본듯ㅎㅎ

여튼 15시간의 길고 힘든 시간끝에 드디어 얼굴을 본 내새끼. 이러나 저러나 건강하게 잘 나와줘서 고마워ㅠ
임신 39주 6일. 9월 17일 오후 4시 47분 3.58키로로 콩이 탄생!
Hello,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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