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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민둥/연말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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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 2020. 12. 30. 21:59

정말 길고 힘들었던 2020년이 드디어! 이렇게 끝나간다. 
새로운 곳에 정착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계획에 설레이던 올해 초가 까마득한 과거처럼 느껴지는게,
올해 많은 일이 있어서 그런건지 아님 재택을 오래해서 하루하루가 길게 느껴지는건지 알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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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의 올해 계획은 미국 3개월 그리고 호주 3개월. 하지만 전세계의 상황이 급격하게 안좋아지면서 미국은 일찍부터 취소.
학교 측과 열심히 협상해서 받아놓은 금액은 호주의 입국금지로 인해 살수 있는 비행기 표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작년 이맘때쯤 오빠랑 둘이 앉아서 우리가 1년에 약 반정도를 떨어져 지내야 하니 잘 할수 있겠지 하면서 걱정했던것과 달리
덕분에(?) 우린 정말 매일매일 열심히도 붙어서 같이 먹고 같이 놀고 같이 지냈다ㅋㅋㅋ
김박사는 부임과 동시에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전면 온라인 수업. 아직까지 학생들 얼굴도 한번 못본 웃픈 상황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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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일은 많이 했는데 눈에보이는 성과는 별로 없던 한해였다.
1월달에 시작했던 새로운 연구가 5월엔 마무리가 되나 했더니, 7-8월에 추가 실험을 하며 미친듯이 바쁜 나날을 보냈고
뭐 결국 내년이 되어서야 publish가 될듯. 그 외에도 데모 하나가 내년 예정, book chapter가 또 내년 예정.
올해 2020년이 찍혀나온 논문이 하나도 없어서 너무 서운하긴 하지만ㅠ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일을 안했거나 대충 보낸게 아니라 운이 좀 없었던거라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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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1년이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얻은 것들이 있다.
재택과 화상회의도 하루이틀이지 자질구레한 대화를 할 사람들이 그립다보니 매주 울산에 내려갔는데
거기 연구실 학생들이랑 제법 친해지고 덕분에 나름 즐거운 한해를 보낼수 있었음.
아무래도 나이차이도 8년이상 나고 내가 한참 누나언니지만 다들 일단 너무 착하고 예쁘고 얼마나 나를 살뜰하게 챙기는지
미팅이 없는날에도 굳이 애기들 보러 내려가기도 하고 술도 같이 마시고ㅎㅎ 올해 내가 얻은 정말 소중한 인연들인듯.

연구적으로도 늘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아닌 다른 그룹과 같이 일을 시작할수 있게 되어서 나에게는 큰 수확이었다.
잠시 몇달 같이 일하고 끝날줄 알았던 코웍이 1년 넘게 유지되고 추가적인 연구도 계속할 예정이라
비록 미국 비지팅은 취소되었지만 그정도의 인맥과 연구주제를 넓힐수 있었다는것 만으로도
어디든 움직이기 힘들었고 수퍼바이저 출산휴가 기간이었던 올 한해에 나름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듯.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과의 인연은 아니지만 나의 사랑 우리의 사랑 노벨이와의 만남.
구내염때문에 안쪽 이빨들을 발치하고 우리집에 임시보호 했던 이틀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고 행복이었다.
뜬금없이 올해 엄마가 마루를 입양하게 된것도 다 노벨이 덕분이고ㅎㅎㅎ
2월에 너무 심심해서 시작했던 노벨이 인스타는 어느새 팔로워가 800명을 넘기게 됨.
팔로워가 늘었다고 딱히 뭘 할건 없지만 예쁜 내새끼 자랑하는데 공감해주시고 봐주시는분들이 많아 행복할뿐ㅋㅋㅋ
이젠 더이상 침도 안흘리고 밥먹고 꿱꿱도 안해서 더이상 바랄게 없다. 내년에도 늘 건강만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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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의 바램과 계획을 세워보고있는데 딱히 바라는건 많지 않지만...
다만 그저 내년초 쯤에는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호주에 한번은 가서 친구들이랑 완공된 집도 보고싶고
그리고 연구적으로는 publish 다섯개가 목표. 이제 3년차인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지.
연말 2주동안 어디 가지도 않고 집에서 실컷 놀았는데 새해부턴 다시 달려봐야겠구나ㅎㅎ
솔직히 2020년보다 이제 더 나빠지긴 힘들거 같으니 행복한 내년이 되길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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