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cked Little Town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주절주절 본문
백수 생활을 3개월 넘게 하다보니 매일매일 너무 행복하고 편하면서도
또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할것인가라는 불안함이 스물스물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취업을 하고싶다고 언제나 할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 직업군도 너무 제한적
당장 내년에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이슈까지 겹쳐서 사실상 올해는 쉬는게 맞을까 생각했다가도
또 뭐라도 하고싶은 내 성향상... 정 할게 없다면 카페 알바라도 해볼까 생각했다가
내년까지도 쭉쉬면 커리어 꼬인다 라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다가... 아주 매일매일 생각만 많아지는구나
2주전에는 이런생각으로 무심코 근처 잡 공고를 보다가 연구원을 뽑는다길래 지원했는데
이력서 보내고 몇시간만에 면접보자고 연락이 오셔서 보러감ㅎㅎ
교수님이 면접을 보러 나오셨는데 내 이력이 꽤나 맘에 드셨는지 (솔직히 포항은 고스펙 지원자를 찾기가 어렵다....)
열심히 본인의 일을 홍보하시고 내가 선택할수 있는 여러 옵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어필해주셨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내가 박사 학위가 있기 때문에 나한테 기대하시는건 포닥 포지션+논문이고...
그래야 내가 제시한 연봉을 100%까지는 아니라도 최대한 맞춰주실수 있을것 같다 라고 하심.
본인이 베이비시팅 해주실수 있고 실험과 잡일은 연구원들 하도록 붙여주실수 있다고 하시는데 순간 혹할뻔ㅎ
근데 학계를 떠나신걸로 봐서 논문을 쓰기 싫으신거 같은데... 한번 생각해보시라고..
내년에 안식년 가서 내가 뭐라도 일을 할수 있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지도교수님께도 메일을 보냈더니
자기가 이런이런 프로젝트가 있는데 쭉 보내주시며 같이 일할수 있을것 같다라고 하시고...
다음주에 보기로 해서 아직 미팅은 안했는데 시작한다면 죄다 내가 리드해야할 프로젝트들ㅠㅠㅋ
어제는... 예전에 같이 연구하던 교수님이 얼마전에 포항으로 옮기셨는데
내가 백수라는 소식을 듣고 연락이 오셔서 커피한잔 하자고 하심.
출근 안하고 하루에 몇시간씩만 집에서 봐주셔도 좋으니까 학생들 논문 조금씩만 봐달라고 하시는데...
일단 발 약간 담궈보다가 혹시 더 생각이 있으시며 이런이런 연구에 1저자로 들어가시는거 어떠시겠냐고ㅎㅎㅎ
간김에 예전에 같이 일했던 학생들 얼굴도 보고 얼떨결에 랩 세미나도 참석하고 돌아옴ㅠㅠ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에 밤에 누워서 잠이 안오더라.....
크아... 결국 서울에 가서 취업을 하지 않는한 내가 여기서 할수 있는 일은 오직 논문을 쓰는것인가
물론 뭐 연구 좋다!ㅎ 그거하면서 박사 딴것도 맞고 재택으로도 할수 있고 그자체로 재밌는것도 있고.
근데 내가 할수 있는 일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연구인가?
그럼 결국 연구를 열심히 해서 최종적으로 내가 하고싶은 건 교수인가?
그렇다면 어디서 교수로 지원이라도 하려면 여엉부영 발을 조금 담궈서 될게 아니라
진짜 빡세게 달려도 늦은 나이인데 나는 그걸 할수 있는가....? 그게 내가 살고 싶은 삶인가....?
논문을 열심히 쓴다고 내맘대로 되는것도 아니고 성과가 안나올수도 있는데 그럼 그 이후는 어떻게 되는걸까?
이미 어디에 정착하고 회사에서 커리어를 많이 쌓아도 모자랄 나이인데 지금 실패해도 괜찮을까?
오빠한테 얘기해도 해결되는것도 없고ㅎ 결국 내 스스로의 결정에 달린거라 GPT랑 이런저런 대화중ㅋㅋㅋㅋㅋㅋ
어으... 어디 좀 널널하고 월급 많이 주는 기업에 취업하고싶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