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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민둥/마음의소리

귀국

민둥 2019. 12. 2. 00:36

한국에 들어온 지 고작 1주일 만에 넘나 우울하다.
사실 한국 들어오기 전엔 새로운 생활이 많이 설레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고 그랬는데
심지어 여기 내려와서 모두가 잘해주시고 축하해주시고 매끼 맛있는 것만 먹고 있는데.
날씨는 계속 안좋고 문화는 적응 안되고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삶의 터전을 잃은 느낌.

대체 왜이렇게 기분이 처지는 건지 한참 생각해봤는데.
한국을 떠나 있던게 고작 5년이 조금 못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번도 결혼한 이후의 인생을 여기서 살아본적이 없고
그부분에서 오는 각종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서 가장 큰 우울함이 오는것 같다.
계속 누구누구의 아내로 또는 사모님의 호칭으로 며칠간 불렸더니 내 한사람의 몫이 아니라 반쯤만 살아있는 느낌.
어떤분들은 아예 나를 어떻게 불러야하는지 적절한 호칭을 찾지 못하시더라.

그리고 왜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이래저래 한마디씩 입을 대는걸까.
고작 사고싶은 가구를 하나 보러 갔을 뿐인데 왜 남의 집에 바닥은 그렇게 하면 안되니 가구는 이렇게 해야하니
내가 내 돈주고 하고싶은거 하겠다는데 후회를 해도 내가 하는건데 왜 이렇게 획일화를 강요하는지
며칠전에 옷사러 백화점 한바퀴 돌면서도 세상 간섭 다 해대는 점원들 때문에 빡치고ㅋㅋㅋ
이래라저래라 얼마나 말이 많은지 즐거워야할 쇼핑이 엄청나게 빠르게 피곤해지고 지친다.

지방이라 더 그러는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것도 아닌듯.
지난번에 내동생 머리하려고 따라간 미용실에서는 뒤에 앉아있었는데 그새 내 나이랑 결혼과 자녀 유무를 물어봤는지..
계산하는데 자기도 서른넷에 애기 낳았다고 지금이 딱 좋아요 이러질 않나. 그땐 너무 황당해서 아무말도 안나오더라.
정말 어마어마한 문화적 충격이었는데ㅋㅋㅋㅋㅋ 아 백화점도 분당이었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족도 아닌 모르는 사람들간의 물리적 정신적 거리가 너무 좁고 시끄럽고 그부분이 정말 너무 힘들다. 

오빠두 그게 나만큼이나 스트레스인듯. 같이 지낸지 10년이 넘었는데 새로운 면을 봤다.
늘 침착하고 다정해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저 허허 좋은소리만 할 거 같았는데
내가 기분나빠도 웃고 마는 그런 말들을 나 대신 잔뜩 방어태세가 되어서 많이 막아준다.

내일부터는 당분간 임시숙소에서 지낼 예정. 
그래도 우리둘만의 공간과 시간이 좀 생기고 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일을 시작하고
한두달 안에 집도 완성되고 차도 생길때 쯤이면 좀 더 숨통이 트이고 살만해 지겠지.
이제 남은 기간 열심히 운동도 하고 미친듯이 일해서 거기서 내 자아를 찾는것 밖에 답이 없다.

하아 마음에 있는걸 쓰고나니 좀 기분이 풀리긴 하는데 그래도 아직 마음이 좀 착잡...
역시 우울할때 마무리는 고양이ㅠㅠㅠㅠ 한국에 귀여운 고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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